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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신비로운 음률의 여정, 일본 음악사를 거닐며

by yesschan 2025. 2. 14.

 

신비로운 음률의 여정, 일본 음악사를 거닐며

 

 오늘  이야기는 바로, 동쪽 이웃 나라 일본의 음악입니다.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고, 때로는 깊은 슬픔을, 때로는 벅찬 희망을 노래하는, 그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함께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K팝이 세계를 매료시킨 지금, 그 눈부신 현대 음악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 보면, 오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찬란하게 꽃피운 일본 음악을 만나게 됩니다. 단순히 듣는 즐거움을 넘어, 시대를 담아내고 문화를 반영하며 독자적인 아름다움을 쌓아온 일본 음악의 여정을, 오늘 여러분과 함께 차근차근 걸어가 보고 싶습니다. 고대 신화 시대부터 현대 J-팝에 이르기까지, 마치 다정한 길벗처럼, 편안하면서도 깊이 있는 일본 음악 이야기를 들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음악사를 탐구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 안에 담긴 섬세함과 웅장함,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동성이었습니다. 이 감동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1. 태초의 노래: 신화와 함께 시작된 일본 음악 (고대 시대)

일본 음악의 시작은 신화 속 이야기처럼 아득하고 신비롭습니다. 아주 먼 옛날, 일본 사람들은 자연을 경외하고 신을 숭배하며,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의식에서 음악과 춤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겼다고 합니다. 마치 태초의 노래처럼, 신화와 함께 일본 음악의 역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책, <고사기>와 <일본서기>를 펼쳐보면, 신들이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했다는 기록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통해 우리는 고대 일본인들이 음악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700년대, 나라 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은 당나라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이때 중국의 아악과 불교 음악인 범패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일본 궁중 음악과 종교 음악의 뼈대가 형성됩니다. 아악은 ‘가가쿠’라는 이름으로 일본 궁궐에서 연주되었고, 범패는 일본 불교 음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 비파, 거문고, 왜젓, 당적 등 다양한 당나라 악기들이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 음악의 악기 구성을 풍성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2. 일본 고유의 색깔을 입히다: 헤이안 시대의 국풍 문화

8세기 말, 헤이안 시대가 열리면서 일본은 당나라 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일본 고유의 문화를 꽃피우기 시작합니다. 이것을 ‘국풍 문화’라고 부릅니다. 귀족 문화가 화려하게 발전하고, 일본만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음악도 변화를 맞이합니다. 아악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일본 특유의 섬세하고 서정적인 감성을 담아낸 새로운 음악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헤이안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으로는 ‘사이가쿠’와 ‘후에후키’가 있습니다. 사이가쿠는 귀족들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던 음악으로, 느릿하고 우아한 멜로디가 특징입니다. 후에후키는 ‘후에’라는 악기를 중심으로 연주하는 음악인데, 왠지 모르게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일본적인 정서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와곤, 비와, 소 같은 일본 고유 악기들이 점점 더 발전하면서, 비로소 일본 음악만의 독특한 음색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3. 무사들의 시대, 새로운 음악의 움틈: 가마쿠라-무로마치 시대

12세기, 가마쿠라 시대가 시작되면서 정치 권력이 귀족에서 무사들에게 넘어가기 시작합니다. 사회 분위기가 바뀌면서, 화려했던 귀족 문화 대신, 소박하고 강인한 무사들의 문화가 새롭게 떠오릅니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아악 중심의 궁중 음악은 점차 힘을 잃고, 무사들의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서민들 사이에서는 민요와 같은, 좀 더 자유로운 형식의 음악들이 서서히 인기를 얻기 시작합니다.

14세기부터 16세기까지 이어진 무로마치 시대는 무사 사회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서민 문화가 융성했던 시기입니다. 특히 ‘노가쿠’와 ‘교겐’이라는 일본 전통 예능이 이때 발전하여,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노가쿠는 가면을 쓰고 하는 일본 전통극인데, 음악, 춤, 연극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깊은 감동을 줍니다. 교겐은 노가쿠 공연 중간에 막간극처럼 공연되는 짧고 재미있는 희극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변화! 샤미센의 원조 악기인 ‘자바루’가 오키나와에서 일본 본토로 전해지면서, 이후 일본 전통 음악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악기가 됩니다.

 

4. 꽃피는 대중 문화,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 에도 시대

17세기, 에도 막부가 시작되면서 일본은 200년 넘는 평화 시대를 맞이합니다. 평화로운 시대에는 항상 문화가 꽃피는 법이지요. 경제가 발전하고 도시가 커지면서, 서민들의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특히 음악 분야에서는 샤미센을 중심으로 정말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일본 음악은 그야말로 황금기를 맞이합니다.

에도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들을 살펴보면, 샤미센 반주에 맞춰 이야기를 노래하는 ‘조루리’,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가부키’, 짧고 서정적인 노래 ‘고타우타’와 ‘나가우타’, 교토와 오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한 ‘지우타’ 등이 있습니다. 조루리는 인형극인 ‘분라쿠’와 함께 발전했는데, 샤미센 선율에 맞춰 펼쳐지는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습니다. 가부키는 노래와 춤, 연극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쇼였기에, 에도 시대 서민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외에도 지역마다 특색 있는 민요, 웅장한 북소리가 매력적인 와다이코 음악 등, 정말 다채로운 음악들이 에도 시대의 밤거리를 흥겹게 만들었습니다. 

 

5. 서양과의 만남, 그리고 새로운 물결: 메이지 시대 이후

19세기 후반, 메이지 시대가 시작되면서 일본은 굳게 닫았던 문을 열고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고, 음악계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서양 음악이 일본에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일본 음악은 또 한 번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됩니다.

메이지 시대 초반에는 군대 힘을 키우는 분위기 속에서, 군가와 창가가 많이 만들어지고 불렸습니다. 서양식 군악대와 악기들이 이때 일본에 처음으로 도입됩니다. 이후 서양 클래식 음악이 본격적으로 소개되면서, 일본 최초의 서양 음악 교육 기관들이 설립되고, 일본 작곡가들이 서양 음악 기법을 배워서 새로운 음악들을 창작하기 시작합니다. 1910년대 다이쇼 시대에는 재즈와 댄스 음악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면서, 일본 대중음악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1920년대 쇼와 시대에는 전쟁과 혼란 속에서도 엔카, 팝, 록 등 다양한 장르의 대중음악이 등장하여 일본 대중음악의 뿌리를 내립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헤이세이 시대, 2019년 레이와 시대에 이르러서는 J-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일본 음악은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6. 일본 음악, 그 매력의 비밀: 특징과 악기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지고 발전해 온 일본 음악은, 세계 어느 나라 음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자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일본 음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자연의 소리를 닮은 음악, 자연을 주제로 한 음악들이 많고, 자연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문화를 소중히 여깁니다. 또한, 일본 음악은 ‘여백의 미’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꽉 채워진 멜로디보다는, 음과 음 사이의 여백, 침묵 속에서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자 하는 섬세함이 돋보입니다. 그리고 오랜 전통 속에서 갈고닦은 정교한 연주 기법, 미묘한 음색 변화를 통해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은 일본 음악만이 가진 특별한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 음악은 전통을 소중히 여기되, 새로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서양 음악,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융합하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일본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악기들을 살펴보면, 샤미센, 고토, 샤쿠하치, 와다이코, 비와, 시노부에, 노칸 등이 있습니다. 이 악기들은 ‘와악기’, 즉 일본 전통 악기라고 불립니다. 물론, 현대 일본 음악에서는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드럼, 베이스 기타 같은 서양 악기들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전통 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채로운 음색 또한 일본 음악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입니다. 

결론

일본 음악사는 고대 신화 시대부터 현대 J-팝에 이르기까지, 쉼 없이 달려온 기나긴 여정과 같습니다. 아악, 사이가쿠, 노가쿠, 조루리, 가부키, 그리고 J-팝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며 일본인들의 삶과 문화를 음악 속에 고스란히 담아왔습니다. 자연과의 조화, 여백의 미, 섬세하고 정교한 표현, 전통과 현대의 조화, 이 모든 것이 일본 음악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들입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음악은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깊이와, 끊임없이 진화하는 역동성이 공존하는, 정말 매력적인 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일본 음악이 세계 음악 시장에서 더욱 빛나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갈 것이라고 믿습니다.